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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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영혼을 맑게 하는 애니메이션

에쎌디 2017. 11. 6. 23:29

'장 지오노' 원작, '프레데릭 백'의 경이로운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1987)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과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갑작스런 인생의 비극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가 묵묵히 황량한 자연을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매일 매일 정성을 다해 씨앗을 심는다는 이야기...그리고 그의 꾸준한 헌신과 그가 심은 씨앗들의 생명력으로 황량했던 사막과 같은 지역이 놀랍도록 아름답고 풍요로운 마을로 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그 풍요로움을 누리고 마을이 번성하지만 그의 한결같은 헌신과 노동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이 놀라운 것은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애니메이터 프레데릭 백 혼자서 묵묵히 작업해서 성취해낸 놀라운 예술성 때문입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손으로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투명 셀 위에 테레빈유를 사용한 컬러 연필로 그렸다고 합니다. 혼자서 하니 작업기간도 길었는데요. 작업 기간 5년 6개월 중 4년만 어시스턴트 1명 둔 것 빼고는 혼자서 작업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작업도중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합니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실화에 기반한 줄 알았으나 원작자가 가상의 이야기라고 밝혀서 살짝 실망하기도 했습니다만, 실화가 아니더라도 이 애니메이션의 경이로움과 감동은 여전합니다.

관련 이미지
Frederic Back (1996)


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게 '신의 소명'대로 살아간 삶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순과 비극으로 가득찬 인생의 여정에서 자신이 겪은 아픔과 비극을 세상에 파괴적인 복수로 돌려주지 않고 놀라운 생명력으로 돌려준 남자의 이야기는 과연 우리가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세상은 전쟁과 불행과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묵묵히 오늘 하루도 가장 작은 생명의 씨앗을 말없이 묵묵히 심으며 그로부터 아무런 영광도 명예도 바라지 않는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은 이 어두운 시대에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함과 절망에 빠질 때 내가 심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생명의 씨앗'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생명의 씨앗'이 있습니다. 그걸 던져버리거나 묵묵히 심어나가거나...그건 우리의 선택입니다. 어느 쪽이든 단기간에는 그 행동의 결과가 미미하겠죠. 그러나 먼 훗날 그 둘은 명백히 다른 열매로 나타날 겁니다. 어떤 이의 삶은 황량한 사막과 같은 세상을 더 척박하게 만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어느새 이 사막과 같은 세상을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와 생명의 땅으로 만드는 '신의 사자'와 같은 삶을 살 것입니다. 뭔가 모르게 복잡하고 정신없이 분주한 삶을 살 때가 많은데... 글자도 모르는 엘제아르 부피에의 단순한 삶이 계속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단순하지만 더 풍성한 삶...저도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가끔 우울하고 힘들때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곤 합니다. 그때마다 마음 속에 온갖 근심과 염려로 흐려져있던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영혼을 맑게 하는 '신의 선물'과 같은 작품입니다. 


프레데릭 백은 엘제아르 부피에와 같이 홀로 묵묵히 고된 노동과 수고를 통해 씨앗을 심고 위대한 작품들을 남겨 놓고 가셨습니다. 그 나무들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쉼이 되고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엘제아르 부피에와 프레데릭 백의 얼굴은 묘하게 닮았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더빙판 애니메이션이 올라와 있네요. 시간이 지나서 저작권이 풀렸는지~다양한 버전의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자막판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더빙판이 훨씬 더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30분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니 못보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그러나 유튜브 영상은 이 작품 고유의 아름다운 색감이 많이 퇴색된 영상이라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말 작품의 진수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가급적 정식 DVD로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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