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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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신앙?

에쎌디 2018. 2. 5. 09:59

대학때 선교단체에 있을 때를 비롯해서, 교회를 다닐때도 그랬고...많은 사역자와 신앙인들, 선배와 리더들을 겪어보고 나니 어떤 패턴 같은 걸 발견하게 된다.

순수한 열심, 순수한 사랑같은 것이 있을 때 그런 청년들에게 '먹히는' 신앙적 컬러가 있으니...그건 바로 '비장미 쩌는' 신앙이다.

순교의 신앙, 절대 순종의 신앙, 이 한몸 다 바치는 신앙...등등...

이게 의외로 순진한 청년들이나 아이들에게 잘 먹힌다. 그들에게는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투입'할 수 있는 '장르'가 필요하다. 그 곳이 '명분'까지 살려주면 더할 나위 없고, '복잡한 생각'까지 거두어가주면 더욱 고마운거지.

나야 어쩌다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없지만, 만일 내가 아이가 있다면~ 내 아이에게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신앙색깔이다.

내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가 될때 난 이렇게 이야기할거다.

'네 주변의 신앙선배나 목사들 중에 필요이상으로 인상을 쓰면서 비장하게 일사각오의 신앙을 목놓아 외치는 이가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거기를 나와라.'

신앙을 비장하게 몰아붙이며 열정과 열심을 독려하고, 항상 금욕적이고 율법적인 신앙으로 옥죄는 걸 즐기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보나마나 그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순진한 청년들의 헌신을 통해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뒤로는 딴짓을 할거다. 성적 일탈이라든지, 돈지랄이라든지, 부동산투자라든지...

신앙을 비장미 쩌는 분위기로 맹렬한 헌신만이 정답인 것 처럼 포장하는 이들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신앙은 그런게 아니다.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로 절대순종, 일사각오의 독기로 얼마나 오래 신앙생활 할 수 있을까?

신앙은 평생에 걸친 일상이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 친절, 공동체와 지구를 염려하며 상생을 도모하는 잔잔한 일상이 오래 갈 수 있는 신앙이고, 가장 바람직한 신앙이 아닐까?

신앙을 비장미 넘치는 헌신으로 포장하는 이들을 경계하자.

그렇게 독려하고 포장했던 이들이 나중에 알고보니 불륜, 여성도 추행, 공금 횡령, 박사학위 돈주고 사기, 극우 일베들이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으나, 적어도 내 경험은 그렇다. 그래서 나는 비장미 넘치는 신앙을 강요하는 선교단체나 교회가 아주 아주 싫다.

내가 예전에 썼던 글 처럼...'종교적 열심은 신앙을 배반'하는 방향으로 빠질 가능성이 많다.


종교적 열심은 왜 신앙을 배반하는가?

※ 지난주에 페북에 쓴 글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조금 덧붙이자면 신앙에 있어 '비장함'은 절대적으로 나쁘기만 하다는 건 아닙니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비장해지고 엄숙해지는 것은 나쁜 건 아니죠. 그런 요소가 신앙적인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구요. 그러나 일관되게 비장하고 독기어린 신앙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며 주장하는 이들은 그 저의를 의심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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