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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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이 시대에도 울림이 큰 링컨의 관용의 리더십

에쎌디 2017. 10. 24. 19:00

2016년 초에 우연히 영화 '링컨'을 봤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작품이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여운이 있는 걸작이었습니다.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권력의 조건' (Team of rivals) 이라는 책이라는 걸 알고 중고서점에서 바로 구매했죠. 책을 구매하고 나니...그 엄청난 두께에 ㄷㄷㄷ...ㅠㅠ; 혹시 이 책을 읽는게 부담스럽다면 스필버그의 영화라도 꼭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생영화입니다.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지난한 과정과 지혜와 정치력이 필요한지~링컨이라는 인물을 통해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여줍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는 전형적인 정치꾼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 책이야말로 '현실'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그 어떤 책보다 깊은 여운과 교훈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감동받아 썼던 페이스북 글로 서평을 대신합니다~^^ 그런데...한국어로 번역된 책 제목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책 원제가 훨씬 더 와닿고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하는데...Team of Rivals~정말 멋진 제목인데 말이죠. '권력의 조건'이라니...ㅠㅠ; 팀 오브 라이벌(Team of Rivals)

흔히 각자의 이익이 중심가치인 '이해관계'로 뭉친 집단은 그들이 지향하는 천박한 가치때문에 그들의 저력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상과 신념'으로 뭉친 집단은 그 올바름으로 인해 '과대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서 난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 훨씬 강력하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옳은 가치로 뭉친 집단은 약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더 큰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작은 차이나 개인의 생각을 얼마나 희생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이익에 대한 공통의 욕망으로 뭉친 집단의 개인은 자신의 이익이 실현되기까지 자기 생각과 가치와 좀 다르더라도 집단 전체의 방향에 최대한 순응하며 집단의 승리를 이루기 위해 절제하고 협조하는 것을 잘 해낸다. 좋게 표현했지만 사실 떡고물이 떨어질 게 있으니 비굴하게 끝까지 충성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생각이 다르고 그의 인격이나 됨됨이가 형편없어도 그를 통해 뭔가 얻어낼 게 있다면 쉽게 욕을 하거나 적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에서는 '집단의 승리'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정답'에 대한 강박과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나 리더가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쉽게 이탈해 버리고, 어제의 동지를 적으로 만드는데 서슴이 없다.

그런 모습 속에서 악한 이득을 지향하는 집단은 똘똘 뭉쳐서 연전연승하고,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은 집단 내에서 작은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며 연전연패하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된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제3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진보적이고 숭고한 가치의 순혈주의에 가득한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자기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구태부패 집단과 적당히 타협해서 그들의 조직이나 제도 속에서 기생한다고 욕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는 그 속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이끌어낸다. 그리고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수많은 집단과 사람들이 설득해내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삶을 바꾸어 나간다. 그들이 누구인지 예를 들어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렇게 규정하는 순간 그들에게 방해만 될테니까.

어쨌건 난 자기 생각과 1도만 달라도 손가락질하고 협상의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순혈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그들의 말과 글은 배울 점이 많고 얻는 유익이 크지만 그들의 삶과 태도는 경계하게 된다.



진짜 세상을 바꾸어 가는 사람은 조금의 불순함도 용납하지 않는 이상적 몽상가들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위해 타협할 줄 알면서도, 자기가 지향하는 커다란 가치에 대한 신념을 놓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이다. 난 이상주의적 몽상가들도 소중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일반 대중의 잃어버린 상상력을 깨우고, 지금 이땅의 현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니까.

그러나 이익집단의 협력적 태도를 지녔지만 옳은 가치를 지향하는 현실주의자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는 훨씬 더 많아지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옳은 생각을 가진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결국 뭔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나와는 생각이 다른, 때로는 전혀 반대방향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협력조차 너무나 소중하니까. 그리고 그런 협력과 협조가 가능하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을 괴물이 아니라 변화와 대화가 가능한 한 명의 존엄한 인격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 걸 정말 잘했던 사람이 '에이브러험 링컨'이었던 것 같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유능한 라이벌들을 내각에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유례없는 결정은 링컨이 엄청난 자신감과 관대함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였다. 슈어드는 국무장관, 체이스는 재무장관, 베이츠는 법무장관에 임명되었다. 링컨은 민주당 출신의 세 사람에게도 나머지 장관직을 제안했는데, 기디언 웰스는 해군장관, 몽고메리 블레어는 우정장관, 에드윈 M 스탠턴은 전쟁장관이 되었다.

링컨이 임명한 내각의 장관들은 모두 링컨보다 더 유명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았으며 공직생활 경험도 풍부했다. 내각에 이들이 존재할 경우, 스프링필드 출신의 무명 변호사는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브러햄 링컨이 라이벌로만 구성된 이 이상한 내각의 손색없는 우두머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막강한 경쟁자들은 처음에는 링컨이 경험도 없고 무식하다고 멸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함께 위태로운 조국을 이끌어 암울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충실한 친구가 되었다'

도리스 컨스 굿윈-권력의 조건- (원제: TEAM of RIVALS ) 중에서 스필버그 영화 '링컨'의 원작

앞으로 이 나라에 링컨같은 지도자만이 아니라 링컨같은 태도를 지닌 시민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2017년 3월 페이스북에 끄적인 글>

권력의 조건 - 10점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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