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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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김근주)-개인화된 신앙을 넘어서는 성경읽기에 대한 지침서

에쎌디 2017. 10. 28. 16:07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한가지는 신앙이 철저하게 '개인화'된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신앙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개신교인들과 일선 목회자에게 매우 부족할 뿐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 기복적인 설교나 신앙 프로그램이 아니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 상황은 한국 개신교의 보편적인 특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회적 이슈나 정치, 공공 영역의 문제를 기독교적인 가치로 따지고 생각하고 설교하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나 설교도 적을 뿐 아니라, 도리어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설교시간에 대놓고 정치적인 설교를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지 못할정도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의 접목은 극과 극의 모습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문제를 쉽게 볼 수 있는 영역 중의 하나가 소위 'QT'같은 성경읽기/묵상 교재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QT잡지 '생명의 L' 같은 잡지의 해설 부분을 보면 철저하게 개인신앙 위주의 적용과 해석을 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나아졌겠죠?^^) 그런 가운데 이런 '나만을 위한 성경읽기'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반가운 책이 올해 초에 출간되서 기쁜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도 회원들과 같이 읽어봤는데요. 대체로 짧은 지면에 개괄적인 설명이 많아서 대안적인 성경읽기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로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일반적인 QT책으로 철저하게 개인적인 적용과 묵상만을 해온 기독교인들에게는 신선한 도전과 자극을 줄만한 내용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인 김근주 교수가 '매일성경'이라는 QT잡지에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열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김근주 교수는 성경을 균형있게 바로 공부하고 읽지 않는다면 도리어 성경의 가르침을 왜곡하게 되고 그러한 시대에는 어김없이 교회가 진리를 비추는 세상의 빛이 되기보다 세상의 재앙과 화근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합니다. (이미 그 경고는 현실화된 것 같은데 말이죠...ㅠㅠ;) 






저는 교회에서 목회자나 교인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실제적인 우상숭배를 하면서 말로는 끊임없이 하나님을 부르짖는게 아닌가 의심하곤 했습니다. 자신의 타락한 욕망을 합리화하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극단적인 반지성주의를 추구하며 타락하는 모습을 분석하는 글을 쓰기도 했었죠. (링크: 반지성주의는 어떻게 기독교를 욕망의 종교로 변질시켰나?) 저자인 김근주 교수도 욕망의 투사로 우상을 숭배하면서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 개신교인들의 행태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온통 나를 위한 하나님, 나만을 위한 하나님으로 점철된 시대에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를 가르쳐 주는 책이 나왔다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소식입니다. 책도 얇고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으니 주말에 한 번 이 책 사서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어쩌면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의 근본은 성경 자체가 증거하고 설교하고 주장하고 비유로 말하고 시로 말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삶의 무게가 무척이나 크고 힘겹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원하는 것도 있고 바라는 것도 많다. 그래서 우리의 갈망과 욕망을 외부로 투사하여 이러한 것을 대신 만족시켜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광야에서 시내 산 꼭대기에 올라간 모세를 기다리던 백성들에게도 이러한 힘겨움과 막연함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자기를 위하여’(출32:1,8,23,31)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후손된 우리 역시 끊임없이 “이는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우리 하나님”(출 32:4,8)이라고 말한다. 그 신에 여호와라는 이름을 붙이든 예수라는 이름을 붙이든, 혹은 다른 어떤 신의 이름을 붙이든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이 아니다. 그것은 그럴싸한 이름을 지닌, 실제로는 우리 욕망을 투사한. ‘만들어진 신’, 내 욕망의 형상일 뿐이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는 성경이야말로 끔찍하고 힘겨운 현실의 유일한 대답임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마치 우리가 아무 욕망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그리고 이 세대가 조장하는 욕망을 인정하면서 성경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김근주- 중에서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 10점
김근주 지음/성서유니온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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