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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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교인들의 소극적 저항...

에쎌디 2017. 12. 3. 13:40

어쩌다 보니 교회개혁운동의 일선에서 싸우는 이미지가 생겨서...가끔 여기 저기 불려다니긴 하는데~~나는 개교회 문제를 놓고 싸우는 다른 교인들하고 사실 결이 좀 다르다. 성범죄 문제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는 공통의 사회범죄라서 책임감을 갖는 것도 있고, 내가 다니는 삼일교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시고 지원해주셔서 싸울 수 있었던 것도 크다. 그러나 그런 지원이 없었다면 난 이미 진작에 교회를 떠났을 거다. 최근 팟캐스트에서 각각의 교회문제를 놓고 사명감을 가지고 싸우는 분들과 대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과 난 근본적으로 정말 결이 다르더라. 일단 그분들은 전부 문제있는 교회에서 거의 출교를 당하거나 제명을 당한 분들이고 난 멀쩡히 집사직분을 유지하는 유일한 교인이라는 점도 다르고..ㅋㅋ

그분들은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그 교회에 끝까지 남아서 문제있는 목사를 쫓아내거나 바로 잡으려고 애쓰시는데 비해... 난 사실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싸우시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고 그들이 그토록 목숨걸고 지키려는 '그 교회'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엄밀히 말하면 이미 교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지...

그리고 그들의 목표대로 문제있는 목사 한명만 쫓아내면 정말 그 교회가 개혁될까? 그 목사와 그런 목사를 맹종하며 접착제처럼 붙어있는 교인들의 세력이 저토록 크고 강한데?...



'교회가 아닌 곳'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그 교회를 떠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미친 목사무리와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성도들의 폭주를 굳이 막으려 하지말고 그냥 사뿐히 거기에서 내려버리는 것도 어찌보면 손쉬우면서도 강력한 저항이 아닐까? 교회가 뭐그리 대단한 가치라고 저렇게 싸워야 되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는 분들 상당수는 직업적으로 경제적으로 단단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자유롭게 시간내시고 자유롭게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더라.

평범한 교인들보고 그런 희생을 치르라고 하기엔 하루 하루, 한달 한달의 삶이 너무 팍팍할 텐데...왜 그런 짓을 해야하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회를 사랑한다면' 자기들 처럼 끝까지 교회의 정상화를 위해서 싸워야 된다고 강변하시는 그분들의 주장에 그 진심에는 경의를 표하나...1도도 동의를 못하겠다.

제도교회를 벗어나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대와 공동체를 회복하며 진정한 신앙을 회복하는 일들이 이제는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닌 시대다. 그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자기가 믿는대로 교회를 사랑하며 싸우든지, 떠나든지, 홀로 걸어가든지...그런데 돌아가야하고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 교회가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다면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나님은 그 곳 아닌 곳에도 얼마든지 계시니까 말이다.

<2017년 11월 페북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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