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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개인주의자 하루키의 흥미로운 자서전

에쎌디 2017. 10. 12. 07:31

저는 이상하게도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SF소설이나 스릴러같은 장르소설은 좀 좋아하지만) 소설가들의 자전적 에세이나 자서전을 읽는 건 상당히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하며 기발하기까지 한 스토리를 써내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읽어본 소설가의 자서전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였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너무 감동해서 어떤 작가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일단 자서전의 성격도 있지만 극작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요. 유머감각까지 좋은 글이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낄낄대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스티븐 킹의 책은 추후에 다시 소개하기로 하고, 그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나게 읽었던 소설가의 자전적 에세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입니다. 특히 그가 처음 소설을 쓰기로 작정하게 된 계기가 무척이나 특이한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생뚱맞은 곳에서(야구장) 생뚱맞은 상황에 갑자기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정말 생뚱맞게 갑자기 어떤 계시(?)를 받고 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하고는 낮에는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밤에는 주방의 탁자에서 무작성 소설을 쓰게 됩니다. 그렇게 갑자기 소설가가 되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무작정 소설을 쓰면서 이 업계에 발을 딛었는데 정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가 되어버리죠. ㅋㅋ


※작년 6월에 독서모임 친구들과 영종도로 MT갔을 때 이 책을 들고 가서 넘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의 자서전은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부분이 너무 많은데요. 그는 타고난 개인주의자였고 뭔가 관심이 있는 것에 온전히 몰입할 줄 아는 덕력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덕질은 성공의 비결입니다 ㅋ) 그가 재즈카페를 운영하거나, 소설을 쓰게 되거나, 영어를 잘해서 번역일도 하고 해외에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결국 그가 평소 음악을 사랑해서 엄청나게 들었고, 소설을 좋아해서 계속 책을 읽어댔으며,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원서로 된 책을 읽어가며 영어를 잘하게 된 일련의 자연스러운 맥락이 있습니다. 생뚱맞고 엉뚱해 보이지만 결국 그가 좋아했고 잘했던 것들에 집중하면서 그의 인생을 만들어 간 것이죠. 그가 자기 인생을 개척해 가는 가운데 사회적인 고정관념이나 관행, 타인의 시선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면도 많이 느껴졌구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그로 말미암은 독특한 사유와 관점을 이 책에서 많이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학교에 관해 언급한 아래 글은 참 마음에 와닿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교육의 문제,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개인이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회복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우리사회도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을 온전히 존중하는 성숙한 개인주의가 자리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주의를 공동체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참 많은데요. 전 성숙한 개인주의는 성숙한 공동체 문화를 낳는 토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망칠 곳이 부족한' 사회가 몰고 온 교육현장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든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아니, 순서대로 말하자면 그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우선 어딘가에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과 시스템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온건하게 협의하면서 각자에게 가장 유효한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능한 장소입니다. 말을 바꾸자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팔다리를 쭉쭉 펴고 느긋하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제도, 엄격한 상하관계, 효율, 따돌림,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따스한 일시적 피난 장소입니다. 누구라도 그곳에 자유롭게 들어가고, 거기서 자유롭게 나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곳은 말하자면 '개인'과 '공동체'의 완만한 정간 지역에 속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의 어디쯤에 자리를 잡을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량에 맡겨집니다. 우선 나는 그곳을 '개인회복공간'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공간이라도 괜찮습니다. 딱히 대규모적인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수작업처럼 조촐한 장소에서 아무튼 다양한 가능성을 실제로 시험해보고, 만일 뭔가 잘될 것 같으면 그것을 하나의 모델=발판으로 삼아 좀 더 발전시켜나가면 됩니다. 그런 공간을 점점 확대해가면 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가장 올바르고 이치에 맞는 방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장소가 여러 곳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면 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현대문학)중에서

-제8회 학교에 대해서-223~224p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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