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계산된 모험은 눈먼 열정보다 성공가능성이 높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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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모험은 눈먼 열정보다 성공가능성이 높다.

에쎌디 2018. 9. 14. 07:54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 성공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에대한 고정관념에 위배되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뚜렷한 확신과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큰 성공을 거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도리어 그게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와 통계를 이용해 주장하는 책이 있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라는 책이다.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주장한다.


‘당신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고 당신의 사업 구상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 당신이 추진하는 사업은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덤비는 도박꾼 기질이라면, 당신의 창업은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책의 첫머리에 예로 드는게 혁신적인 온라인 안경판매 서비스인 ‘와비파커’의 예를 든다. 와비파커가 창업하기 여섯 달 전, 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애덤 그랜트의 강의를 듣고있던  ‘닐 블루멘털’은 그에게 찾아와 그가 생각한 사업구상을 이야기하며 투자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애덤 그랜트는 그들에게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애덤 그랜트는 그들이 ‘깨어있는 시간 전부를 회사를 창업하는데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닐의 생각은 달랐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지 자신도 없고 성공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학기 중에 여가 시간을 이용해 준비를 해왔어요.’



[와비파커 닐 블루멘털 CEO-’와비파커’는 직접 써볼 수 없다는 온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홈 트라이온’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최대 5개까지 고르면 집으로 택배가 배송된다. 소비자는 3~5일 동안 안경을 써보고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한다. 소비자는 5개의 안경 모두를 다시 와비파커로 반송하고,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택배로 받는다. 2017년 매출 4억 달러 돌파 ]


닐을 포함한 공동창업자 4명은 게다가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졸업만 하게 되면 모두 사업에 열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글쎄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는 대안을 마련해 놓았어요. 잘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졸업 후에 일할 직장을 구해놓았어요. 제프도요. 데이브도 대안으로 여름 동안 인턴십 두 개를 확보해놓았고, 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는 얘기도 진행되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듣자 애덤 그랜트는 그들에게 투자하기 않기로 결정한다.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기업가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절실하지 않았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기는커녕 실패할 경우의 대안을 마련하면서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실패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덕분에 그들은 성공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하는 사람들이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위험을 무릎쓰는 자신만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의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경영연구자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펭’은  “창업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만두는 게 나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1994년부터 2008년까지 기업가가 된 20대, 30대, 40대,50대 사람들로 구성된 전국적으로 대표성 있는 집단 5,000명을 추적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은 대단한 자신감을 지닌 위험 감수자들이었고, 그 반대로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창업을 한 기업가들은 훨씬 위험 회피적이었고,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다. 보통 이런 경우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이 훨씬 성공적이었을거라 생각하지만 연구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았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앞 부분에 나온 ‘와비파커’의 사례를 시작으로 위험감수와 모험에 대한 이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기존의 창업이나 경영관련 책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내용이었고, 더군다나 내가 최근에 생각하던 창업에 대한 생각과도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만일 이런 책이 내가 처음 퇴사를 결심하고 조그마하게 창업을 시작하려 했던 20년전쯤에 나와서 읽었더라면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보았다. (눈물이...ㅠㅠ;)

나는 지금까지 동업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 경험이 있다. 안타깝게도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정말 준비도 하지 않고 너무 무모하게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젊음의 열정과 패기도 준비없이 시작한 창업의 온갖 고난의 파도 앞에 몇 개월 못가 다 소진되고 말았다. 게다가 점점 더 돈이 떨어져가고, 벌어들이는 수익은 없자 마음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스트레스가 극심했으며,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에너지가 거의 없어졌다. 결국 그런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다 보니 어리석은 결정들의 연속이었고, 사업이 휘청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나서 남는 것은 빚덩이와 허탈감,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비교적 사회 초년생때 저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내가 서술한 바로 그런 과정을 늙어서 회사를 퇴사하거나 정년 퇴직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모하게 준비없이 창업해서 돈만 까먹다가 결국 남은 돈 모두 날려버리는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그런 경험을 해서 이제는 창업에 대해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갖게 되었다.



[백종원씨 ‘골목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퇴직금으로 겨우 창업을 했는데 실패를 경험한다면 그때 입을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그런 경로를 따라 퇴직금 날려먹고 끔찍한 경제적 벼랑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늙어서는 다시 재기하기에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젊을 때 실패보다 40대, 50대의 실패가 치명적인 것은 그때가 아이들도 커가고 가정적으로도 가장 돈이 많이 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도리어 돈도 떨어지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적고, 건강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서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린다. 무모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기보다 조금 힘들고 시간이 부족할지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시간을 활용하거나 짜투리 시간을 내서 창업 준비를 하고 일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회사 외의 일에서 적어도 지금 받는 급여 수준의 70%라도 가외의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때 창업에 전념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해준다. 사실 말이 쉽지, 우리사회와 같이 노동시간이 길고 야근이 당연시되는 문화에서 짜투리 시간과 주말시간만을 이용해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부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든 것이 창업에 올인해서 수입이 나지 않을때의 힘든 것보다는 100배 더 낫다. 혹시 일이 뜻대로 안풀릴 경우에도 직장생활의 수입이 있기 때문에 다시 다른 것을 시도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오리지널스’에서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성공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집중적인 노력 없이는 기업이 번창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안정적인 위험분산 포트폴리오가 지닌 핵심적인 장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어설프게 쓴 책을 내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판다는 중압감이나, 아무도 시도해본적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창의적인 일의 성취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실패해도 어느 한계 이상까지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안정감’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에 100% 동의한다. 머리로서만 동의하는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며 몸으로 부대낀 경험에 비추어 더욱 공감하게 된다. 특히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더욱 힘든 한국사회에서 애덤 그랜트의 이야기는 더욱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눈먼 열정’을 가지고 올인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위험을 분산하면서 ‘계산된 모험’을 하는 사람이 성공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성공가능성을 떠나 인생을 두려워하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자기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재능과 넘치는 패기를 갖고있다 하더라도 내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일 것이라 믿는 것은 오만함에서 비롯된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다음 모험을 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더 많은 기회를 보여주는 것 같다.


※ 2주마다 한번씩 ‘오리지널스’를 같이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통념을 깨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누르시고 신청해주시면 개인적으로 연락드릴께요^^ 함께 하는 분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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