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몬스터콜-내 마음 속 깊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본문

끄적끄적, 쓱쓱

몬스터콜-내 마음 속 깊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에쎌디 2017. 12. 28. 07:30

야만의 세월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지난 10년간을 겪으면서 몇가지 내 삶의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영화를 보는 취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잔인한 묘사가 나오는 작품들도 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젠 타인의 아픔과 슬픔, 고통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영화나 TV방송은 못보게 되었다. 현실에서 무수히 목도한 잔인한 현실의 고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조차 그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들,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 작품들도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잘 안보게 되었다. 그런 주제의 작품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쳐있는 내 마음을 지키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현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작품보다는 판타지나 SF영화, 좀 가벼운 액션영화를 최근에는 많이 본 것 같다. 2017년이 저무는 요즘 올 한해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덩케르크'같은 작품은 나쁘지는 않았는데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내게 최고의 작품이자...올해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영화는 '몬스터 콜'이라는 영화였다.


엄마가 죽을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가운데 열세살 소년 '코너'는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코너는 밤마다 상상의 나무 괴물 몬스터를 종이에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날 자정을 넘어 12시7분에 창밖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그가 그렸던 나무 모양의 몬스터가 나타나 코너를 찾아온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3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고 마지막 네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들려주어야 한다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12시7분이 될때마다 몬스터는 소년을 찾아와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영화는 코너의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리고 열세살 소년 코너가 감당하기에는 가혹한 현실들이 이 소년의 삶을 둘러싸고 압박해오고 있다는 것을 학교폭력과 왕따, 어머니의 투병, 할머니와의 갈등을 통해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코너의 삶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도 낭만적이거나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생각났다. 누구나 커서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어린시절이라고 해서 삶의 비극과 잔인함이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안다.

몬스터는 3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코너가 처한 현실과 진실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게 하며 코너안에 억압되어있던 분노와 슬픔을 마주하게 한다. 결국 코너가 그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마지막 순간 너의 이야기를 말하라며 코너를 벼랑끝으로 몰아부친다. 

코너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그가 숨겨왔던 마음 속 깊은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라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저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옆에서 같이 보던 여자친구도 좀 당황할 정도였으니...극장을 나와서도 또 눈물이 터져나오려 해서 감정을 추스리는게 사실 좀 힘들 정도였다.

상담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나오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마치 내가 그런 순간을 체험한 것 같았다. 영화 '몬스터 콜'은 신비하게도 내 마음 속 깊은 슬픔을 건드린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난 후 나만 과하게 반응한건가 싶어 영화평점과 리뷰를 찾아봤더니...


※나만 그런건 아니었던 거지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을까?

어떤 사람에겐 어머니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상실감이 생각났을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겐 어린 나이에 가혹한 현실을 견뎌낼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고통이 생각났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놓아버리고 싶었던 지난 날이 생각났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아이이건 어른이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진실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몬스터콜'의 현명한 몬스터는 우리가 그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우리를 인도한다. 


'숨기지 말고, 도망가지도 말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렴'

당신이 숨기고 싶었던 당신 마음 속 깊은 진실을 마주할 생각이 있다면 '몬스터 콜'의 몬스터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몬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고통스럽고 진중한 사실보다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짓말을 좋아하지.
네 마음 가장 깊은곳에 있는 진실을 말하면되'

숨겨왔던 마음속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위로한다. 몬스터 콜은 강력한 치유의 영화다. 


몬스터콜 줄거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개봉일: 2016년 10월 7일 (스페인)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원작: 몬스터 콜스

원작자: 패트릭 네스



※글이 좋았다면 공감버튼이나 댓글을 부탁드려요.~^^ (로그인 없이 가능합니다) 
'카카오 스토리 채널'에서도 제 글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