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원의 삐딱한 신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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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한없이 가볍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

에쎌디 2017. 11. 14. 06:00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교회 총기 난사로 9명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 직후, 범인이 잡히고 얼마 안있어 피해자 가족들이 범인을 용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당시 그 기사나 영상을 공유하면서 매우 들뜬 뉘앙스로 '내가 크리스천인게 자랑스럽다'는 식의 포스트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넘쳐 흘렀다.

나는 기독교인들의 그런 포스트를 보면서 감동하기보다 기분이 매우 안좋았는데...

그 가족들의 용서가 숭고한 것이며, 기독교인으로의 위대한 결단이라고 추겨세우는 저들은... 유가족의 마음을 만분지일이라도 이해는 하는 걸까? 자기가 생각하는 숭고한 기독교적 가치가 극적으로 성취되는 걸 보며 대리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으나, 유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당위에 빠져 비극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어보이는 그들의 환호가 섬찟하고 소름끼쳤다.
그 가족들은 아마 끔찍하게도...사람들의 뇌리에서 그사건이 서서히 잊혀질 수록 그 가족들의 본격적인 고통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더욱 더 절절하게 자주 와닿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극심한 분노와 슬픔을 마주할 것이다.

그런 끔직한 고통과 고뇌의 순간과 갈등을 겪고나서 비로소 용서할 수 있는 용기와 여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진정한 용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너무 빨리 용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개신교인들의 특징 중 자주 목격되는 문제점은...감정이든 생각이든, 신앙적인 결단이든...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당위적'이어서 가볍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러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마땅히 그러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서 우린 감동을 받거나 숭고함을 느끼기는 커녕 '인간다움'을 상실한 섬뜩한 '획일성과 자기기만'을 느끼게 된다.


'신의 이름으로 인간다움을 말살하는 것이 경건함'이라고 착각했던 이야기들은 중세 암흑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수는 신이셨지만 참된 인간의 모습으로 진정한 인간다움을 보여주려 이땅에 내려오셨는데, 인간들은 어설프게 신의 흉내를 내려다가 인간다움마저 잃어버리는 모습을 볼 때가 너무 많다.

충분히 흔들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분노하고,
충분히 아파하는 모습 속에서
어쩌면 신앙은 진짜 위대함을 드러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용서'에 대한 이 기사는 '기독교인들의 용서'에 대한 글보다 훨씬 실제적이고 깊이있게 와닿는다. (한국에 진출한 월스트리트 저널은 수익적으로 사업이 되지 않았는지 철수 했는데 이 기사는 그래도 아직까지 링크가 살아있다.) [제대로 용서하는 법] 용서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용서를 잘 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스스로를 탓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적다고 한다.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다. 그러나 용서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피해자가 용서를 통해 분노와 원망, 복수심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용서를 받은 가해자가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용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너무 빨리 용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짐 맥널티 교수는 용서가 초래하는 비용과 혜택에 대해 연구해 왔다. 2010년 맥널티 교수는 신혼부부 135쌍에게 다이어리를 주고 일주일 동안 “오늘 배우자가 당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했지만 용서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매일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용서했다고 답한 경우, 다음날 상대가 부정적인 행동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용서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6.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0월30일 월스트리트 저널 한국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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